이상한 날이었다. 보통은 그런 사람들이 없는데, 오늘 밤에는 둘씩이나 퇴원하며 내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 첫 번째는 pancreatitis로 진단되어 소화기내과로 입원하게 된 환자의 보호자. 보호자가 환자를 들쳐 업고 응급실로 들어왔고, 환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복통을 호소했다. 병실 자리도 없고, 새벽이라 환자 받기가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는데 타병원에서 한 차례 진료를 보고 증상이 다소 호전되어 귀가했다가 이만큼 배가 다시 아파져 내원하였다고 했다. 바로 CT까지 오더를 내 놨다.


혈액검사상 lipaserk 1만 이상 상승되어 있는 전형적인 췌장염의 소견. 응급실에 들어온 지 3시간쯤 지났을까 환자도 어느 정도 통증이 조절되고 환자와 보호자가 진단도 알게 되었을 무렵, 환자를 들쳐 업고 응급실로 들어왔던 보호자가 응급실 밖으로 나가며 나에게 아까 짜증을 내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응급실에 와서 짜증을 내는 사람은 부지기수지만, 짜증을 냈다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보호자는 처음이었다. 100명이 짜증을 낸다면 그중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10, 아니 5라고 생각해 보면 그중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하나도 되지 않는다. 아니, 1000명 중 한 명쯤 될까? 내가 응급실에서 일한 수 개월 동안 짜증을 내어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들은 일이 처음이니까. 이상한 날이었다.



둘째로는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아 내원한 부부였다. 전일부터 혈압이 높아 약을 먹고 있다고 하며, 밤에 뒷골이 아프고 가슴이 두근거려 내원했다고 한다. 처음 혈압은 200/100 정도. 심근경색 검사를 하고 심전도를 찍고 혈관으로 혈압 조절제를 투여했다. 남편인 보호자는 이것저것 걱정 반 궁금함 반인지 이런저런 질문을 했고, 아는 선에서 차분히 설명을 해 드렸다.


걱정이 많으신 분들인 듯 했다. 날이 밝으면 바로 다니셨던 병원에 가 보시겠다고... 혹시 그 전에 언니네 집에서 식사를 하고 가도 될지 물어보셨다. 그러셔도 될 것 같다고, 혈압약은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혈액검사와 심전도는 예상대로 괜찮았다. 퇴원하시는데... 두 분이 웃으시며 인사를 몇 번이고,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처음 겪는 일이라 이상했다. 수 일간 입원했다 퇴원할 때 자신을 치료해준 입원 주치의에게 그렇게 감사를 표현하는 장면은 드라마에서든 병실에서든 봤어도, (나도 입원했다 퇴원할 때 그랬지) 응급실에서 그런 감사 인사를 받은 일은 처음이었다. 이상한 날...이다.

 

응탈맨의 응급실 탈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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