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C(hepatocellular carcinoma)를 앓고 있는 50대 남환이었다. 며칠 전 소화기내과에 입원해서 하루 2번 정도 PTGBD dressing을 하고 있었다. 원래 드레싱은 하루 한 번 하면 되지만 관을 넣은 피부 부위에서 액이 많이 새고 있어서 하루 2번, 3번씩 드레싱을 교환해야 해서 귀찮아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도 내가 가면 아내 분께서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군말 없이 드레싱을 하고 있었는데, 그 마음이 바뀐건 오늘 오전. 드레싱을 교환해달라는 병동의 콜을 받고 드레싱 세트를 챙기고 있는데 옆에서 간호사선생님이 이제 드레싱을 하지 않아도 될 지 모른다고 이야기를 했다. 어제보다 상태가 많이 나빠지셔서 돌아가시게 될 수도 있다고.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 DNR(do not resuscitation, 심정지가 와도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기로 보호자가 동의한 상태)을 받은 상태라고 며칠 전 들은 터였다. 귀찮다는 마음이 든 것이 괜스레 죄송해졌다.
드레싱 세트를 들고 병실로 들어가니 아들이 옆을 지키고 있었다. 환자분은 의식이 많이 떨어지신 상태. PICC 드레싱을 하고 PTGBD irrigation을 하고, 마지막이 될 지 모를 PTGBD 드레싱을 하는데 그동안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으셨던 환자분께서 갑자기 말을 뱉어내셨다.
"다 됐어 이제. 잠만 자면 돼."
나에게 하신 말씀은 아니었을 거고, 아마 앞에 있는 아들에게 하신 말씀이셨을 것 같았다. 아니면 그저 허공으로 내뱉는 혼잣말이었을 수도 있고.
남들보다 20년 먼저 세상을 떠나는 느낌이 어떨지 생각했다. 20년 먼저 아버지를, 남편을 보내야 하는 아들과 아내의 마음은 어떨지.
죽음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어떻게 죽어야 할지. 병원에서 일하며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봤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 죽어야 할까. 잘 죽기 위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응탈맨의 응급실 탈출하기
응급실 노동자가 주식, 부동산 재테크 투자를 통해 응급실을 탈출하는 여정을 담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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