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말기 암 진단을 받고 응급실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다. 항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혹은 항암 치료가 종료된 상태에서 이미 암이 몸 전체로 전이되어서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경우다. 상태가 너무 좋지 않으면 보통은 연명치료 중단, 심폐소생술 여부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분들께서 상의를 하도록 말씀드린다. 혹시나 응급실에서 경과관찰 중 심정지가 발생하면 심장 압박을 포함한 심폐소생술을 할 것인지, 기도 삽관, 인공호흡기 치료, 투석, 승압제 사용을 할 것인지 여부이다.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오늘밤을 넘기기 힘든 경우라면 보통 환자, 보호자분께 설명 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음에 대한 동의서(DNR 동의서)를 받는다. 심정지가 발생할 것이 저명하며, 심정지가 발생할 경우 혹여나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다시 소생하더라도 기대 여명 등에 비추어 보아 심폐소생술로 인한 합병증이 더욱 크다고 생각될 경우 보호자, 가능하다면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쪽으로 설명을 드리곤 한다.

 

 

DNR 동의서를 작성한 뒤, 어느 병실로 입원할지 고민을 한다. 1인실로 입원해 가족분들과 함께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좋을지, 중환자실로 입원해 집중 치료를 통해 상태를 회복해 일상 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기대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환자의 이전 상태와 현재의 상태를 비교해 보고 현대 의학을 이용한 치료를 통해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를 판단해 결정해야 하는데 그 판단이 많은 경우 쉽지 않다. 중환자실과 1인실 모두 입원 자리가 있는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둘 다 부족하거나 한 쪽 밖에 자리가 없는 경우가 자주 있다. 복잡한 응급실에서 환자를 돌아가시게 하는 것도 환자 보호자나 의료진 모두에게 참 못할 짓이다.

 

 

중환자실로 입원하면 가족들이 임종을 지키지 못하게 되고, 1인실로 입원하게 되면 의사로서 환자를 포기하는 느낌이라서, 응급의학과 4년차가 된 지금도 여전히 그 결정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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