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환이었다. 7층 아파트에서 떨어졌다는 그녀는, 119의 연락에 따르면 의식이 명료하다고 했다.

 

- 아파트 7층에서 떨어졌는데 의식이 명료하다고?

 

혼수상태라는 연락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소식이었지만 의아했다.

 

7층에서 떨어진 사람의 의식이 명료할 수 있을까.

 

 

 

15분 뒤 도착한 그녀는 119 구급대의 말 그대로였다. 오른쪽 발목의 개방성 골절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위의 골절도, 장기 손상도 없었다. 그 흔한 찰과상마저도 없는 상태였다.

 

 

 

 

다른 환자들을 정리하고 잠시 시간이 났을 때, CT 검사를 다녀온 그녀에게 물었다.

 

- 왜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거예요?

 

 

그녀가 대답했다.

 

- 하늘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자살 시도에 실패한 뒤 응급실에 실려온 사람들은 본인의 자살 의도를 부정한다.

 

- 잠이 오지 않아 약을 많이 먹었어요. 죽으려고 많이 먹은 건 아니예요.

 

 

 

 

대부분 속기 어려운 거짓말.

 

 

 

 

그러나 그녀는 진심이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하늘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녀도, 나도 그녀가 죽기 위해 뛰어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시간 뒤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내려온 부모님은 환자를 서울의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떠나기 전 그녀는 죄송하다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곧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서울의 병원으로 구급차를 타고 떠났다.

 

 

 

 

그녀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혹시, 우리와는 다른 수 백 만 개의 평행세계 중 하나에서 하늘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응탈맨의 응급실 탈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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