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일기

최근 몸이 좋지 않았다. 내가 보던 환자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업무들이 겹쳐 스트레스가 심했을 수도 있다. 약을 하나 꾸준히 먹게 되었다.

처음에는 우울했다. Elizabeth Kubler Ross의 죽음의 5단계의 모든 단계 -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 까진 아니지만, 우울했다가 억울해졌다.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해서 젊은 나이에 약을 먹게 되었는지.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라기엔 술은 많이 마셨고 무엇보다 밤을 너무 많이 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곤 다시 우울해졌다.

중학생 때부터 시험 전날이면 대부분의 밤을 새웠다. 그때부터 시작된 밤샘의 역사는 고등학교, 대학교, 병원 인턴, 레지던트 생활로 이어졌다. 레지던트 3, 4년차때는 밤을 조금 덜 새긴 했지만 당직방 침대에 누워서도 깊게 잠들지는 못했다.

그 결과 나는 병을 얻게 되었고, 건강을 잃고 나서야 "건강이 최고다."라는 말을 실감했다.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생기니 하루하루 아침에 아무 증상 없이 눈을 뜰 수 있음에 감사하다.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할지는 아직 모른다. 조만간 외래에서 여쭤보아야 한다. 이번에 아팠던 경험이 내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지는 지금부터 내가 하기에 달린 듯하다.

 

응탈맨의 응급실 탈출하기

응급실 노동자가 주식, 부동산 재테크 투자를 통해 응급실을 탈출하는 여정을 담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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